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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뉴스 (14건)
홀로서기 나서는 고려아연…"영풍과 원료 공동 구매 중단" 비철금속 제련 회사 고려아연이 영풍과 공동으로 진행해온 원료 공동 구매와 제품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본지 3월 25일자 A1, 3면 참조고려아연은 영풍과 맺은 아연 등 주요 품목 원료 구매 및 제품 판매 공동계약을 이날부터 종료할 계획이라고 9일 발표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20여 건의 원료 공동구매와 제품 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날 영풍 측에 갱신 기한이 다가온 공동구매 건에 대해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 차질과 생산량 감소로 원료 구매 불확실성이 생겼다”며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고려아연과 영풍은 국내 아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국내 아연 수요 42만t 가운데 두 회사가 39만t을 생산했다.고려아연의 결정에 영풍은 “아쉽다”는 반응을 내놨다. 영풍 관계자는 “공동 구매와 영업을 중단하면 고려아연도 협상력과 구매력이 낮아질 것”이라며 “두 회사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을 떠나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올 하반기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을 떠나 청진동 그랑서울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데 이어 영풍이 맡았던 서린상사 경영권도 확보할 계획이다. 양측은 지난달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과 배당 등의 안건을 놓고 표대결을 벌이기도 했다.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4/09
피보다 진했던 75년 동맹 깨졌다…고려아연-영풍에 무슨 일이 재계 인사이드산산조각난 비철금속 동맹 75년 이어진 동업 정신황해도 출신 장병희-최기호1949년 영풍기업사 공동창업1960년대 중화학 육성 힘입어비철금속 제련으로 사업 키워영풍 장씨-고려아연은 최씨"상대 사업에 절대 관여 안한다"2세 경영 후에도 동업정신 유지“지금 그 얘기, 진짜 맞나요?”2022년 8월 4일. 영풍그룹 오너 장형진 고문은 “한화그룹이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참여해 5% 지분을 갖게 된다”는 보고를 받은 뒤 몇 차례나 되물었다. 명색이 고려아연 최대주주인데, 이사회 개최(8월 5일) 하루 전에 통보한 것이나, 이렇게 중요한 안건을 상의조차 안 했다는 게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였다.신사업 진출 여부를 놓고 조카뻘인 고려아연 3세 최윤범 회장(당시 부회장)과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설마…’란 마음이 앞섰다. 이 모든 얘기가 사실이란 걸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의 ‘75년 동업’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순간이었다. 두 가문 간 의견 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졌고 결국 ‘루비콘강’을 건넜다. 최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은 ‘독립’을 선언하며 서울 논현동 영풍사옥에서 방을 빼기로 한 데 이어 로고도 달리하기로 했다. 지난 2년간 영풍과 고려아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맞손 잡은 ‘황해도 기업인’들영풍과 고려아연의 복잡한 지분 관계와 속사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창업 스토리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영풍그룹의 모태는 1949년 11월 문을 연 무역회사 영풍기업사다. 장병희(1913년생) 최기호(1909년생) 등 황해도 사리원 출신 기업인 둘이 공동 창업했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남대문에서 사업을 한 두 사람은 금세 형 동생 사이가 됐다. 영풍기업사 지분 역시 두 사람이 비슷하게 나눴다.사세를 키울 기회는 1960년대 찾아왔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따라 짓기로 한 국내 1호 비철금속 제련소 사업을 영풍이 따낸 것. 이때 세운 공장이 경북 봉화군에 있는 석포제련소다. 영풍은 “아연 제련소가 따로 있으면 좋겠다”는 박 대통령의 권고에 따라 별도 회사인 고려아연을 세우고, 온산에 제련소를 지었다.영풍은 고려아연 설립 당시 1억원을 출자해 지분 50%를 가졌다. 나머지 반은 외부에서 조달했다. 고려아연의 초대 사장은 최 창업주가 맡았다. 일본 시장 개척을 위해 일본어에 유창한 최 창업주가 사장이 됐다고 한다. 공동경영 정신에 따라 2대 사장은 장 창업주가 맡았다.‘동업 정신’은 2대로 넘어갈 때도 그대로였다. 다만 분쟁을 막기 위해 영풍은 장씨가, 고려아연은 최씨가 나눠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때만 해도 두 회사는 영풍의 지분을 20%대 중반씩 소유했다. 완벽한 공동 경영이었다. 분쟁의 씨앗 된 지분율 변화현재 영풍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영풍의 최대주주는 50.2%를 가진 있는 장씨 일가다. 최씨 일가 보유 지분은 12.2%뿐이다. 장씨가 거느린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5.2%를 들고 있고, 장씨 일가가 별도로 6.8%를 갖고 있다.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는 등 경영권은 갖고 있지만 보유 지분은 15.9%가 전부다.장씨와 최씨와 비슷하게 갖고 있던 지분율이 장씨 우위로 바뀐 건 2000년대 들어서다. 2세인 최창걸 명예회장은 고려아연이 추진한 신사업과 투자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영풍 보유 지분 27%를 장 고문 측에 넘겼다. 하지만 ‘영풍은 장씨, 고려아연은 최씨가 맡는다’는 동업정신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은 계속 맡았다. ‘최대주주는 장씨, 경영은 최씨’란 특이한 구조가 형성된 배경이다.두 가문 간 갈등은 3세 체제로 접어들면서 본격화했다. 두 회사의 3세들은 어릴 적부터 친분을 쌓은 부친과는 달리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 1975년생인 최윤범 회장은 학창 시절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1974년생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부회장도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지만, 최 회장과 친분을 쌓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두 가문이 엇나간 건 2022년부터다. 최 회장이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다. 그는 “1세대가 창업, 2세대가 수성에 힘썼다면 나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며 신재생에너지와 2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자원 순환)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큰돈이 드는 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2018년 300억원에 불과하던 차입금이 2022년 1조원을 넘어섰다.‘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삼는 장 고문 측은 이런 공격적인 투자에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경영 간섭으로 받아들인 최 회장도 불만이 쌓였다. 결국 최 회장은 해당 사업을 벌이는 대기업들을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였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장씨 측과 최씨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엇비슷하다. ‘장씨 일가+영풍’이 32.0%, ‘최씨 일가+우호 지분’은 33.2%다. 두 가문이 결별을 선언한 만큼 ‘지분 확보 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장씨 입장에선 최씨가 이사회를 장악한 만큼 주주총회를 다시 열어 이사회 멤버로 우호 인사로 다시 짜는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11명인 고려아연 이사회에 영풍 측 인사는 장 고문 한 명뿐이다.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영풍그룹 계열사 중 최고 알짜란 점에서 장씨가 쉽사리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599억원으로 영풍 계열사 중 가장 많았다. 영풍이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만한 ‘총알’을 갖고 있다는 점도 지분 경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영풍은 2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서울 논현동과 종로에 빌딩도 갖고 있다. 영풍의 부채 비율은 업계 최저인 23.0%다.최씨도 이에 맞설 만한 화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 한화 LG화학 등 국내 굴지의 기업을 우군으로 두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최씨가 추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고려아연 우호지분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일각에선 장씨가 소모적인 지분 경쟁 대신 비철금속 시장에서 영풍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고려아연과 한판 승부를 벌일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장 고문 측이 임원들에게 “더 이상의 확전은 자제하자”고 말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아연과 납 제련 등 대부분의 사업 영역이 겹친다. 주력 제품인 아연 제련량은 고려아연이 연 88만t으로 영풍(32만t)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고려아연이 “영풍은 비철금속 시장에서 동업자가 아니라 경쟁자”라고 선언한 만큼 출혈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려아연이 영풍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으로 줄이고, 겸임 임원도 없어야 한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되사는 방법이 있지만 3조원 넘는 자금이 필요한 데다 장 고문 측이 팔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성상훈/김우섭/김형규 기자 uphoon@hankyung.comⓒ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4/07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창업동지 영풍과 고려아연은 왜 싸우나 강남 논현동의 영풍그룹 본사. 영풍빌딩 1층 로비 가장 눈에 띄는 곳에는 1949년 영풍그룹을 공동창업한 장병희 창업주와 최기호 창업주의 동상이 있다. 영풍의 석포제련소와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에서 만든 서로의 비철을 섞어 만든 75년 동업의 상징이다.하지만 고려아연이 외부 지분을 끌어들여 영풍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독립 경영까지 시도하면서 창업주의 동상은 더이상 우애의 상징이 아니게 됐다. 영풍그룹은 창업 75년만에 두개로 쪼개지기 직전이다. 고려아연은 모든 교류를 중단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해석이다. ◆지금까지 어떻게 함께했나재계 28위 영풍그룹이 시작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년후인 1949년 11월 ‘영풍기업사’였다. 장 창업주(1913년)와 최 창업주(1909년생)는 같은 황해도 사리원 태생으로 해방이후 북한에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서자 월남한 인물들이었다. 서울 남대문에서 장 창업주는 전기기구와 농기계, 최 창업주는 발동기(발전기) 등을 판매했다. 두 사람은 같은 고향, 비슷한 나이, 사업을 한다는 점 등 공통점이 많아 금세 친구 같은 관계가 됐다. 서로를 높이 평가해 공동 창업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피신했던 부산에서 1952년 각각 절반의 지분으로 영풍해운을 세운다. 당시 광업을 주로 했지만 1960년대들어 회사를 급격히 키울 기회가 찾아온다. 박정희 대통령은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고자 했는데, 이를 위해 철강과 비철의 ‘소재 자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소재 회사를 키우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영풍은 제련소를 짓기로 한다. 영풍은 1970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제련소를 준공하는데 연 1만톤의 아연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아연 생산시설이었다.고려아연의 탄생은 1974년이다. 당시 석포제련소가 있던 석포는 낙동강 상류라 물 오염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만이 강한데다, 주변도 산지라 공장 확장에 제약이 컸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경상남도 온산에 비철금속 단지를 조성하고자 했고, 영풍은 이 단지에 제2제련소를 지어 생산능력을 높이고자 했다. 영풍의 사업계획을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지금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가 탄생했다. 박정희 정부는 “한국을 대표할만한 이름의 아연회사를 별도로 만들어 육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고, 새로운 회사의 이름은 ‘고려아연(KOREA ZINC)’이 됐다. 당시 영풍은 총 1억원을 출자해 50% 지분으로 고려아연을 창업했다.1990년대 들어 오너 2세대 경영이 시작됐음에도 양층의 공동경영 체제에는 문제가 없었다. 영풍 경영은 장형진 회장이, 고려아연은 최창걸 회장이 전담하는 구조가 됐지만 지배구조는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갈등도 없었다. 양측은 영풍의 지분을 20% 중반으로 비슷하게 유지했고, 영풍이 다시 고려아연을 지배하는 식이었다. 두 아버지가 함께 사업을 이끌었던 것을 봐왔던 만큼 오너 2세대인 두 회장의 관계 역시 1세대 오너들만큼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동영업·인적 교류·정보 교류가 그 상징이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아연, 황산 등 비철금속 제련분야에서 원료를 공동으로 사와 제련하고 다시 공동으로 판매했다. 공동 영업과정에서 얻는 각종 정보들도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공유됐다. 같은 영풍빌딩 건물에서 함께 일하던 양사 직원들은 서로의 사무실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고려아연으로의 파견도 많아 한 부서내에 부장은 고려아연 직원이 과장은 영풍직원이 맡는 일도 많았다.다만 2000년대 들어서 갈등의 토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최씨 오너가가 영풍의 지분을 팔면서다. 모종의 이유로 최창걸 명예회장 등 최씨 일가는 개인 지분을 매각했다. 최 명예회장은 2006년 영풍 지분 약 6%를 한번에 매각하기도 했다. 최씨 일가에 재정상의 위기가 있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반반구조가 무너지면서 결과적으로 영풍은 사실상 장씨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가 됐다. 자연스레 당시 영풍이 가지고 있던 27%대의 고려아연 주식도 장씨측의 지분이 됐다. 고려아연의 경영은 최씨 오너가가, 소유는 장씨 오너가가 하는 기묘한 동거 체제가 이렇게 시작됐다. ◆왜 싸우나갈등이 본격화된 시점은 고려아연의 오너 3세 체제가 시작되면서다. 2020년대 들어 최창걸 명예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난뒤 고려아연의 키를 쥔 최윤범 회장은 회사를 전통적인 비철금속 회사가 아닌 신재생에너지·2차전지 소재·리싸이클링 등을 아우르는 혁신기업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러려면 배당을 줄이고 부채를 늘려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무차입 경영’이 가풍인 영풍이 고려아연의 투자계획에 대해 주주총회 등에서 높은지분을 토대로 반대하자 독립을 원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영풍의 ‘안정 경영’ 기조에 영풍과 고려아연 모두 부채비율이 약 30%에 불과하다. 다른 대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낮은 수치다. 최 회장에게 영풍에 개입받지 않는 완벽히 경영권이 독립된 자신만의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는 평가다.고려아연은 우선 외부지분을 끌어들였다. 2022년 8월4일 고려아연 이사회 전날 장형진 고문은 뜻밖의 안건을 전달받았다. 다음날 열릴 이사회에서 한화그룹이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을 의결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고려아연이 독립에 나서기 위해 기습한 것”이라는 보고를 받은 장 고문은 허탈한 심경이었다고 한다. 최윤범 회장이 선친끼리 약속했던 75년간의 공동 경영 역사를 깨질 위기라서다. 장 고문은 장고 끝에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안건을 반대하면 행여 고려아연과 영풍의 우정이 금이 갔다는 세간의 이야기를 들을까 불참을 결정한 것”이라는 게 장 고문 측근의 이야기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3세인 최 회장을 잘 설득하면 공동경영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사회 11명 중 영풍 측 인사는 장 고문뿐이었다. 고려아연 사업보고서엔 당일 이사회에서 장 고문이 유상증자에 대해 ‘찬성’했다고 나오지만, 실상 그날의 전말은 이러했다. 이후에도 고려아연은 현대차, LG화학 등에게 유상증자와 자사주 교환을하며 영풍측 지분율을 낮췄다.지난 3월에는 본격적인 경영권의 독립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원료 공동구매, 제품 공동판매 등 공동경영 활동을 중단했다.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는 경영권을 가져오려고 하고 있다. 서린상사는 영풍그룹의 비철금속 유통을 독점하는 영풍측 회사다. 고려아연내 인력도 내보냈다. 영풍빌딩을 떠나고, 그룹 로고도 변경하기로 했다. 영풍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자 하는 최 회장을 중심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전해진다.영풍측은 이별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75년간 이어져온 동업자 정신을 고려아연측이 일방적으로 끊으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영상의 개입으로 회사성장을 막고 있다는 고려아연의 주장에 대해서도 “최대주주로서 기업의 무리한 확장 시도를 지적하는건 당연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장형진 고문은 최근 영풍 임원들에게 “영풍은 양가가 75년간 서로에 대한 신뢰와 땀으로 일궈온 기업인데 한 개인 주주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이것이 무너지고 깨져가는 것이 안타깝고 몹시 마음 아프다”며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이 모든 걸 안고 가겠다는 생각이고, 창업주 선대부터 이어져온 동업의 전통과 정신을 내 대에서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고 말했다.영풍에겐 헤어지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고려아연의 경영망과 정보망은 영풍에게 중요한 경영수단이다. 아연과 황을 상대적으로 적게 생산하는 아연은 고려아연의 판매망에 기대 ‘규모의 경제’에 의한 협상력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아연을 88만t을 생산했지만, 영풍은 32만t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환경이슈에 의한 소송, 행정처분등으로 영풍의 올해 아연생산량은 절반이하로 급감할 예정이다. 만약 고려아연 독립으로 인한 경영 악화로 재무상의 문제가 생기면 고려아연의 지분을 줄여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막대한 배당금도 줄어들게 된다. 영풍은 최근 5년간 배당금으로 3576억원을 가져갔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양측의 관계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시각이 많다. 고려아연의 경영권과 소유권을 두고 전면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경영권 독립시도에 있어서 영풍이 이를 막을 실질적인 ‘카드’가 없다는 분석이다. 영업망 분리, 인적분리 등을 막으려면 이사회에서 견제가 필요한데, 현재 11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영풍측 인사는 장형진 고문 단 1명뿐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 영풍측의 지분이 약 35%, 고려아연측의 지분이 약 10%였지만 영풍은 동업관계를 고려해 영풍측의 이사 진입을 자제해왔는 설명이다. 영풍으로서는 동업자 정신을 살려 고려아연의 독립성을 어느정도 보장해주겠다는 의도였지만, 현재로서는 뼈아픈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신규 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사항이지만 현재는 고려아연이 외부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면서 영풍측 32%vs 고려아연 33.2%가 되면서 이사회 변경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영풍측이 향후 영풍측 이사를 늘리려 해도 주총에서 어려운 표대결을 해야한다는 의미다.다만 소유권을 두고서는 장기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측에서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체 지분을 늘려 32%에 달하는 영풍의 지분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영풍은 고려아연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재판 결과에 따라 유상증자 시도가 막힐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영풍에 경영상 타격을 줄 수 있는 행위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래야만 영풍의 재무구조를 흔들어 추가적인 고려아연 지분매입을 막을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앞으로 영풍은 비철금속 시장에서 동업자가 아닌 경쟁자”라고 선언한 뒤 비철금속 시장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려아연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계열분리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으로 줄이고, 겸임 임원도 없어야 한다. 경영분리가 예정돼있는 만큼 임원겸임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지만, 영풍측 지분을 3% 미만으로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4/07
고려아연, 영풍 사옥 떠난다 이달 임직원 교류도 중단44년 '한 지붕 두 살림' 종료업계 "완전 경영 분리 수순"고려아연이 영풍과 함께 써오던 서울 강남 영풍 사옥을 떠나 종로로 본사를 이전한다. 임직원 교류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 영풍과의 경영 분리를 염두엔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고려아연은 29일 본사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4월 말까지 종로 신사옥의 사무실 인테리어 설계를 완료하고, 7월 고려아연 및 계열사 모든 부서의 구성원을 이동할 계획이다.고려아연은 영풍 소유의 건물인 영풍빌딩을 1980년부터 44년간 세입자로 사용해왔다. 1980년 당시 양사는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 영풍빌딩을 함께 쓰기 시작했다. 본관과 별관을 포함해 총 11개 층에서 500여 명의 고려아연 및 계열사 직원이 일하고 있다.고려아연은 본사 이전 이유에 대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논현동 영풍빌딩 내 업무 공간이 포화상태로 예전부터 새로운 사옥으로의 이전을 계속해서 고민해왔다”며 “신사옥 이전을 통해 고려아연 임직원의 업무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직무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다만 비철금속제련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이달 결정한 경영 분리 시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그동안 비철금속 관련 모든 경영 과정에서 협업해왔다. 비철금속 원료를 공동구매하고, 제품 생산 및 판매 과정에서 얻는 시장 정보도 공유했다. 같은 건물에서 협업해온 만큼 영풍 직원과 고려아연 직원이 서로의 사무실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일종의 파견 형태로 영풍 직원이 고려아연 사무실로 출근하는 일도 잦았다.하지만 고려아연이 이달 들어 관련 교류를 모두 중단하기로 하면서 더 이상 같은 건물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업계 관계자는 “지분 구조와 별개로 영풍과 고려아연 양사가 경영상으로 완전히 분리되고 있는 수순”이라고 해석했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3/29
고려아연, 영풍빌딩 떠나 본사 이전…"인적·물적 교류 중단 수순" 고려아연이 영풍과 함께 써오던 강남 영풍사옥을 떠나 종로로 본사를 이전한다.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앞서 결정한 공동영업·인적교류 중단 등 경영 분리시도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다.고려아연은 29일 본사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서울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댜. 올해 4월말까지 사무실 인테리어 설계를 완료하고, 7월 고려아연 및 계열사 모든 부서의 구성원을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고려아연은 영풍 소유의 건물인 영풍빌딩을 1980년부터 44년간 세입자로서 사용해왔다. 현재 본관과 별관 포함 총 11개층에서 500여명의 고려아연측 직원이 일하고 있다. 고려아연측은 본사 이전 이유에 대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 내 업무 공간이 포화상태가 됨에 따라 예전부터 새로운 사옥으로의 이전을 계속해서 고민해 왔다'며 '새로운 사옥은 고려아연 임직원의 업무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직무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이달 결정한 경영 분리시도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그동안 비철금속 관련 모든 경영 과정에서 협업을 해왔다. 비철금속 원료를 공동구매하고, 제품 생산 및 판매 과정에서 얻는 시장 정보도 함께 공유했다. 같은 건물에서 협업을 해왔던만큼 영풍 직원과 고려아연 직원이 서로의 사무실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일종의 파견 형태로 영풍직원이 고려아연 사무실로 출근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이달들어 관련 교류를 모두 중단하기로 하면서 더이상 같은 건물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영풍측은 '우리도 이날 고려아연으로부터 본사이전을 통보받았다'면서 '75년간 이어져온 동업관계를 무리하게 끊으려 시도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3/29
'알짜' 서린상사 경영권 놓고…고려아연·영풍, 소송戰 간다 고려아연, 이번주 정기주총 추진서린상사 사내이사 4명 추가 계획성공 땐 8 대 3 수적 우위 가능이사회 결의엔 과반수 동의 필요영풍 "경영권 일방 박탈 안 돼"주총 개최 여부, 법정서 가릴 듯75년 동업자 관계를 청산하기로 한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양측 우호의 상징이자 영풍그룹의 원료 구매, 제품 유통, 무역 등을 담당하는 서린상사 경영권을 고려아연이 되찾으려고 하면서다. 고려아연은 3월 내 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상법상 규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소송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버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본지 3월 25일자 A1, 3면 참조25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달 내에 서린상사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한 정기 주주총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주총을 통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촌인 최민석 스틸싸이클 사장을 포함해 백순흠 고려아연 부사장, 김영규 고려아연 상무, 이수환 고려아연 영업1팀장 등 4명의 사내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계획이다. 현재 서린상사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4명, 영풍 측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고려아연 전략대로 주총이 마무리되면 8 대 3의 수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서린상사 지분은 고려아연 측이 66.7%, 영풍 측이 33.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서린상사의 ‘경영권’은 영풍이 갖고 있다. 지분은 고려아연이 우위지만, 양가 우호의 상징이라는 점을 감안한 관례였다.영풍 오너가 3세인 장세환 대표가 서린상사를 이끌고 있다. 이사회는 오랫동안 영풍 측 3명, 고려아연 측 3명으로 구성돼 왔고, 그룹 공동경영 원칙에 따라 고려아연 측 이사들은 장 대표의 경영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고려아연이 이승호 고려아연 부사장을 이사회에 추가해 4 대 3 구성을 만들었다. 고려아연이 8 대 3의 이사회 구성을 완성하면 단독 이사회 개최도 가능하다.하지만 주총 개최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주총을 열려면 이사회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사회 7명 중 고려아연 측 최창걸 명예회장, 영풍 측 류해평 서린상사 대표 등 2명이 와병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측의 나머지 3명 모두가 주총 개최에 합의해도 영풍 측 2명이 반대하는 한 의결정족수인 4명을 채울 수가 없다.상법상 모든 회사의 정기주주총회는 반드시 3월 안에 열려야 한다. 고려아연은 정기주총 개최를 거부하는 건 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풍은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려는 시도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총 개최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장악하면 영풍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은 고려아연과 공동구매 및 판매를 통해 누려온 ‘가격협상력’을 잃을 수 있다. 비철금속제련 시장에서 고려아연과 경쟁 관계로 돌아선 만큼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영풍은 서린상사의 경영권 박탈 시도에 대해 “고려아연의 횡포”라고 주장하고 있다.영풍 관계자는 “영풍에 타격을 주기 위해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며 “또 서린상사 내 트레이딩 사업부문을 신설해 신사업으로 키워 왔는데 고려아연이 이것까지 통째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3/25
[단독] 75년 만에…고려아연, 영풍과 완전 결별 끝내 공동경영 마침표영풍 오너 3세가 경영하는종합상사와 거래 관계 끊어파견 나온 직원도 돌려보내재계 자산 순위 28위(16조8920억원)인 영풍그룹의 공동 창업주 일가가 결별을 선언했다. 방어로 일관하던 고려아연이 영풍 장씨 일가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서린상사와의 관계를 끊기로 했다. 1949년 장병희(영풍)·최기호(고려아연) 창업주가 ‘동업자 정신’으로 설립한 영풍그룹은 75년 만에 계열분리를 향한 분쟁에 휘말릴 전망이다.24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00% 자회사로 고려상사(가칭)를 세울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의 경영 간섭으로 더 이상 동업자 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린상사와의 관계 정리를 시작으로 원료 공동 구매를 포함한 인력·정보 교류 프로그램도 모두 없애기로 했다.서린상사는 영풍그룹 내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매출 1조5290억원, 영업이익 175억원을 기록했다. 영풍 장씨 일가 측이 지분 33.3%(이하 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해 경영권을 쥐고 있다. 영풍 오너가의 현금원을 줄임으로써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을 늘리기 위한 현금을 확보하려고 지난 19일 주총에서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3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고려아연 최씨 일가 지분율은 15.9%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 LG화학 등의 우호 지분을 합치면 33.2%로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지분 경쟁에 불이 붙으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영풍그룹의 내홍은 2차전지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글로벌 비철금속제련 1위인 고려아연은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LG화학과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영풍 관계자는 “동업자 정신을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3대째 이어진 동맹 깨졌다…고려아연, '영풍 캐시카우'와 거래 끊어'75년 동업자'서 경쟁자로고려아연이 서린상사와 관계를 끊기로 한 것은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략을 변경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창업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경영에 간섭하려는 영풍 측의 도발에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선에서 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다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영풍 측 주장인 ‘배당 확대’ 안이 3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되자 고려아연이 태세를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력 공유·원료 공동구매 중단”고려아연 관계자는 24일 “오랜 내부 회의 끝에 영풍을 더 이상 동업자가 아닌 경쟁자로 규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비철금속 분야에서 양보 없는 전쟁을 치를 각오가 돼 있다는 선언이다. 서린상사와의 관계 정리는 이를 위한 첫수다. 서린상사는 창업주 양가 우호 관계의 상징과도 같다. 사업보고서상 서린상사의 최대주주는 고려아연(49.97%)이지만, 대표이사는 영풍을 이끄는 장씨 일가 창업 3세(장세환)가 맡고 있다.영풍그룹은 고려아연과 영풍이 만든 비철금속 제품을 서린상사를 통해 유통해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그동안 서린상사는 사업 영역이 겹치는 아연, 황산 제품 유통에서 마진이 높은 계약 건은 영풍 제련소가 만든 제품으로, 마진이 낮은 계약 건은 고려아연 제련소가 만든 제품으로 거래하는 등 불합리한 결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경영 분리를 위해 빌미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서린상사가 영풍 계열의 알짜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로 장씨 일가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이 거래를 끊으면 당장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비철금속 시장 내 영풍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모든 ‘공동 경영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해서다. 창업 3세 때 무너지는 동맹그동안 영풍은 고려아연과 원료를 공동 구매하면서 ‘거래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고려아연은 회사 내 영풍 측 파견 인력을 돌려보내고, 정보기술(IT) 시스템 등 공동으로 사용하던 각종 회사 운영 프로그램도 따로 쓸 방침이다. 영풍 측 생산 능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풍의 석포제련소는 현재 소송, 조업정지 처분 등으로 아연을 감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엔 고려아연 계열 제련소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고려아연의 의도는 영풍 장씨 일가의 현금원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린상사만 해도 장세환 대표 등이 지난해 배당금으로 21억원을 받았다.영풍그룹의 지배회사인 영풍은 지난해 매출 3조7617억원, 영업손실 1698억원을 기록했다. 영풍 측 주요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도 321억원 손실을 봤다. 영풍전자는 영업이익이 116억원으로 전년(635억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비해 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고려아연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조7045억원, 6599억원에 달했다. 영풍그룹 내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기준 약 73%에 달한다. 배터리 투자에 대한 시각차 ‘뚜렷’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경영 분리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영풍 관계자는 “모든 갈등은 이사회 구성 등 경영권이 고려아연의 지분구조와는 완전히 괴리돼 있다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지분은 영풍 측이 많은데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독립적인 경영권을 주장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갈등의 근간에는 ‘신사업 진출에 대한 시각차’도 있다. 고려아연은 2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 등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투자를 위해 차입을 늘리고 배당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영풍은 고려아연이 무리한 리스크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성상훈/김우섭 기자 uphoon@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3/24
3대째 이어진 동맹 깨졌다…고려아연, '영풍 캐시카우'와 거래 끊어 '75년 동업자'서 경쟁자로방어하던 고려아연 공격 태세'영풍 자금줄' 서린상사와 절연함께 쓰던 유통·무역망 등 분리양측 갈등 근간 '신사업 시각차'고려아연 "배터리 등 적극 투자"영풍은 "무리한 리스크 피해야"고려아연이 서린상사와 관계를 끊기로 한 것은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략을 변경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창업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경영에 간섭하려는 영풍 측의 도발에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선에서 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다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영풍 측 주장인 ‘배당 확대’ 안이 3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되자 고려아연이 태세를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력 공유·원료 공동구매 중단”고려아연 관계자는 24일 “오랜 내부 회의 끝에 영풍을 더 이상 동업자가 아닌 경쟁자로 규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비철금속 분야에서 양보 없는 전쟁을 치를 각오가 돼 있다는 선언이다. 서린상사와의 관계 정리는 이를 위한 첫수다. 서린상사는 창업주 양가 우호 관계의 상징과도 같다. 사업보고서상 서린상사의 최대주주는 고려아연(49.97%)이지만, 대표이사는 영풍을 이끄는 장씨 일가 창업 3세(장세환)가 맡고 있다.영풍그룹은 고려아연과 영풍이 만든 비철금속 제품을 서린상사를 통해 유통해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그동안 서린상사는 사업 영역이 겹치는 아연, 황산 제품 유통에서 마진이 높은 계약 건은 영풍 제련소가 만든 제품으로, 마진이 낮은 계약 건은 고려아연 제련소가 만든 제품으로 거래하는 등 불합리한 결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경영 분리를 위해 빌미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서린상사가 영풍 계열의 알짜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로 장씨 일가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이 거래를 끊으면 당장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비철금속 시장 내 영풍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모든 ‘공동 경영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해서다. 창업 3세 때 무너지는 동맹그동안 영풍은 고려아연과 원료를 공동 구매하면서 ‘거래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고려아연은 회사 내 영풍 측 파견 인력을 돌려보내고, 정보기술(IT) 시스템 등 공동으로 사용하던 각종 회사 운영 프로그램도 따로 쓸 방침이다. 영풍 측 생산 능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풍의 석포제련소는 현재 소송, 조업정지 처분 등으로 아연을 감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엔 고려아연 계열 제련소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고려아연의 의도는 영풍 장씨 일가의 현금원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린상사만 해도 장세환 대표 등이 지난해 배당금으로 21억원을 받았다.영풍그룹의 지배회사인 영풍은 지난해 매출 3조7617억원, 영업손실 1698억원을 기록했다. 영풍 측 주요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도 321억원 손실을 봤다. 영풍전자는 영업이익이 116억원으로 전년(635억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비해 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고려아연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조7045억원, 6599억원에 달했다. 영풍그룹 내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기준 약 73%에 달한다. 배터리 투자에 대한 시각차 ‘뚜렷’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경영 분리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영풍 관계자는 “모든 갈등은 이사회 구성 등 경영권이 고려아연의 지분구조와는 완전히 괴리돼 있다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지분은 영풍 측이 많은데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독립적인 경영권을 주장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갈등의 근간에는 ‘신사업 진출에 대한 시각차’도 있다. 고려아연은 2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 등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투자를 위해 차입을 늘리고 배당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영풍은 고려아연이 무리한 리스크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성상훈/김우섭 기자 uphoon@hankyung.comⓒ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3/24
주총서 하나씩 챙긴 고려아연 vs 영풍 고려아연의 '5000원 배당' 통과'정관변경'은 영풍 반대로 부결영풍과 고려아연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70년간 이어온 ‘한 지붕 두 가족’ 경영 체제의 막을 내렸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정관변경 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다. 최대주주인 영풍은 이제까지 고려아연 경영진과 간접적으로 부딪혔으나 경영 판단을 막지는 않았다. 이번 표 대결 과정에서 양측은 소통을 단절하는 등 이미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고려아연은 19일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당 5000원의 배당안 안건을 62.74%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주총 최대 관심사는 배당안과 정관변경 안건이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주당 5000원 결산 배당금을 지급하는 안건에 반대해 1만원으로 올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과반수가 고려아연의 5000원 배당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고려아연 지분 7.4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찬성했다.하지만 외국 합작법인뿐만 아니라 국내 법인을 대상으로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정관변경은 영풍의 반대로 부결로 끝났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현대자동차와 한화의 외국 법인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지분율을 높였다. 최근에는 양측의 지분율이 33%(최 회장) 대 32%(장형진 영풍 고문)로 역전되기도 했다. 정관변경은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통과되는 특별결의 사항이다. 고려아연 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영풍이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다.이번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는 장 고문과 최 회장 등 창업주 집안이 고려아연을 놓고 벌인 첫 표 대결이다. 두 회사는 매년 정기 주주총회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도 영풍과 고려아연은 각각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영풍은 정관변경 안이 부결된 점을 부각했고, 고려아연은 배당안이 통과된 점을 강조했다.영풍이 주주총회 도중에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고려아연 측에서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3/19
고려아연·영풍, 사상 첫 표대결…'한지붕 두가족' 경영 막내리나 내달 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영풍, 정관개정안에 반대키로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을 두고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인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이 고려아연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배당결의안과 정관 변경안에 반대하면서다. 두 회사가 주주총회에서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0년간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을 이어오던 고려아연이 3세 경영을 시작으로 균열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영풍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경영진이 상정한 배당결의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외국의 합작법인’에만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제17조2 조항 변경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고려아연은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주당 5000원 배당 결정을 했다. 지난해 6월 중간 배당으로 주당 1만원을 배당한 것을 합치면 총 1만5000원을 배당하는 셈이다. 영풍 측은 “2022년 현금배당금 2만원에 비해 5000원 감소했다”며 “주가가 반등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당 배당금을 줄인다면 주주들의 실망이 커져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영풍은 이와 함께 고려아연의 신주인수권과 일반공모증자 등의 조항 변경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정관에서 이제까지 외국 합작법인에만 제3자 배정을 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이를 삭제한다는 방침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은 2022년 9월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전체 주식의 16% 상당 지분을 외부에 넘겨 기존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며 “창업 이후 주요 주주 간의 동의하에 지속돼 온 경영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영풍의 표 대결 배경에는 최 회장과 장 고문의 ‘지분 경쟁’이 있다. 최 회장과 장 고문은 고려아연 지분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한화의 외국법인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지분율을 높였고, 장 고문은 계열사 씨케이 등을 통해 지난해에만 약 1950억원어치의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했다. 최근에는 양측의 지분율이 33%(최 회장) 대 32%(장 고문)로 역전됐다.업계에선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장 고문과 최 회장 일가 중 어느 쪽이 승기를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안건대로 현대차 등 국내법인에 제3자 배정이 가능해진다면 최대주주인 장 고문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 영풍은 배당을 확대해 장 고문의 지분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배당금을 늘리면 장 고문은 매년 고려아연을 통해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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