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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뱃돈으로 주식 시작했다가 한 달 용돈 벌었어요" [이슈+]
미성년 투자자 4년 새 15배 급증학교 금융 교육은 찬밥 신세 "인구구조 변화…자산관리 중요성 더 커졌다"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고등학교에 새로 생겼다는 과목'이라는 이름으로 고등학교 금융 교재 표지가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교재의 이름은 '고등학교 생활금융'. 행복하고 안전한 금융 생활, 수입과 지출, 저축과 투자, 신용과 위험관리 등의 소주제가 적혀있었다. 이 교과서에 해당하는 정식 과목명은 '금융과 경제생활'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신설된 고등학교 융합 선택 과목으로, 2025년 고교 학점제 도입과 함께 추가될 사회 과목이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진짜 필요한 과목이다', '청강 되나요', '진작에 이런 과목을 가르쳐야 했다', '내가 공부할 땐 왜 이런 과목이 없었지', '나도 배우고 싶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금융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교육에 앞서 일단 투자부터 관심 갖는 미성년자들이 빠르고 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KB증권 미성년 고객(0세~18세) 중 주식을 보유한 적이 있는 투자자 고객은 17만5260명에 달했다. 2019년 미성년 고객의 수가 1만1632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15배 늘어난 수치다. '부모가 개설해준 계좌'라고 치부하기에는 투자에 대한 청소년의 자체 관심도도 높다. 지난해 삼성증권이 17∼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3%는 이미 본인 명의의 주식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고, 향후 투자 계획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58%가 주식, 41%는 예금성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지난해 9월 하나금융연구소가 중·고등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는 청소년들이 '향후 관심 있는 금융 상품' 1위로 '주식 투자'를 뽑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세뱃돈으로 주식을 시작했다가 한 달 용돈인 4만원을 벌었다' 등의 청소년 투자 후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경제 과목 '찬밥'? 더는 안돼지난해 4월부터는 미성년자가 영업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주식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면서 10대의 투자 접근성도 낮아졌다. 금융위원회가 '비대면 실명 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했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 제도 개편 등 청소년 투자에 대한 문턱은 점점 낮아지는 것에 비해 국내 교육 과정에서 금융 교육의 비중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선 관련 내용이 없다시피하고, 고등학교에서도 기존에 있던 '경제' 과목은 늘 찬밥 신세였다는 이유에서다.실제로 이번 2024학년도 수능에서 '경제'를 선택한 학생은 4888명으로 전체 응시자인 44만4870명 중 1%에 불과했다. 이에 현재 학교에선 수요 부족으로 경제 과목이 열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이 신설된다 한들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도 크다. 기초 금융 교육 없이 투자에 나서게 될 확률이 더욱 높아지면서,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른 나이부터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 '기대 수명이 높아지면서 자산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도 작용했다'며 '연금 고갈 문제처럼 언젠가 사회 부양에 한계가 올 거란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커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과거 돈을 천박하게 보는 '사농공상(士農工商)' 정신 탓에 미성년자에게 금융 교육을 하지 않는 인식이 박힌 것 같고, 그 이후엔 입시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면서 금융 교육을 활성화할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며 '되려 적극적인 금융 교육을 통해 건전한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인지시키고, 일시적인 수익만을 좇지 않게끔 제도권 안에서도 금융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2/12
"팀장 성과급 5년 뒤 주식으로 보상"…한화 역발상에 '들썩'
성과급 제도 개편'RSU' 全계열사·팀장까지 적용장기적으로 실적·가치 끌어올려자사주 매입…주가 부양 효과도경영 승계 도구 논란에 정면돌파한화그룹이 김동관 부회장을 향한 일각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특혜’ 논란에 정면 돌파 전략을 택했다. RSU를 대주주 일가에 몰아줌으로써 상속에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자, 내년부터 전 계열사의 팀장급까지 RSU를 받을 수 있도록 성과보상제를 개편하기로 했다. 성과급을 주식으로 제공, 임직원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현금으로만 지급하는 방식에 비해 잡음이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향후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역발상 카드 꺼낸 김동관한화그룹은 7일 “기업의 장기 성장,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내년부터 전 계열사 팀장급 직원까지 ‘RSU 선택형 제도’를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2020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RSU를 도입했다.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생명의 임원 전체와 팀장급 일부가 RSU를 받아왔다. 김 부회장은 그룹의 지주사인 ㈜한화 RSU 26만6750주를 비롯해 한화솔루션(19만여 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5만여 주) 등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이날까지 임직원에게 제공된 RSU는 대략 350만 주로 추정된다.RSU는 주식을 주기로 약정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지급하는 제도다.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으로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일본에선 상장사의 31.3%가 RSU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임직원은 주식을 지급받기로 회사와 약정한 후 5~10년 뒤에야 실제 주식을 수령할 수 있다. 퇴사하더라도 약정 기간을 채워야 주식을 받을 수 있다. 한화 관계자는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은 임원들의 ‘먹튀’를 방지하기 어렵지만 RSU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가 성장해야 RSU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에 우수 인재의 이탈을 막는 효과도 있다”며 “직원이 원하면 현금으로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백% 현금 성과급’ 사라질까한화그룹은 ‘RSU를 상속 도구로 활용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김 부회장이 받은 RSU는 전체의 1%가량(현금 보상 포함)일 뿐”이라며 “㈜한화의 경우 앞으로 20년 후 주식으로 전환되는 김 부회장의 RSU는 모두 합해도 1% 남짓”이라고 반박했다. ㈜한화는 상속 이슈로 주가가 억눌려 있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저PBR주다. 대주주 일가가 주식으로 성과금을 받는 건 상속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게 한화 측 주장이다.실제 RSU는 주주 가치 제고에 일조한다는 분석이 많다. 회사가 RSU를 지급하기 위해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하게 돼 주가 부양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다. 한화 관계자는 “RSU를 실제 지급받을 때 한 번에 주식이 대량 매도돼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50%는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말했다.한화의 ‘역발상 전략’이 경영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360% 성과급이 적다는 이유로 직원들이 전일 트럭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대기업 대부분이 “실적 향상에 따라 성과급을 늘려달라”는 직원들의 불만에 시달리고 있다. LG엔솔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직원들과 만나 성과급 기준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도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이익 잉여금을 임직원들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식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측면도 있다”며 “RSU를 통한 성과보상제 개편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김형규 기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으로 Restricted Stock Units의 약자. 성과 보상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하는 제도. 주식을 주기로 약정한 뒤에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실제로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양도하는 시점을 길게 설정하면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 | 2024/02/07